[prologue] 2018년 12월 2일로 가는 파리행 티켓 한장이요!

2020. 1. 22. 12:11도옹글 일상

 

나는 냄새로 어떤 날을 회상하곤 한다.

 

비가 내리고 난 뒤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공기가 내 코로 들어오면 기억나는 때가 있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서서 수저통이 달그락 거리는 가방을 메고 셔틀을 타러가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다.

아파트 로비에 서서 노란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눈은 여전히 반쯤 감겨 있었고 정신도 여전히 꿈나라에 있어서 남은건 오로지 후각과 청각이었다. 버스가 언덕을 넘어 눈 앞에 도착하고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전까지 나는 그날의 새벽 공기를 맡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같은 냄새를 맡을 때면 아침 셔틀을 기다리던 고등학생 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후각을 통한 기억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날이 차가워지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더 있다. 지나치게 상쾌해서 화하기까지 한 겨울 공기가 코에 닿을 때면 떠오르는 기억.

 

겨울 공기가 스치면 나의 첫 유럽 여행이 떠오른다.

 

2018년 혼자서 떠났던 나의 첫 유럽여행이 떠오른다. 

독일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오스트리아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

19살 때부터 꿈꾸던 크리스마스 마켓, 낭만의 도시 프라하, 다양한 사람들, 외국인 친구까지.

프라하에서 액정이 나가버린 이야기, 한인민박에서 맞이한 내 생일, 프라하 펍 크룰이야기, 동행 이야기까지,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우당탕탕 유럽 여행기.

그리고 모든게 예뻤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외로움을 안고 다녔던 그때.

 

유튜버 때껄룩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그날의 기억이 짙어졌다.

하필 겨울. 1년하고 조금 더 지난 지금. 그날로 한번 돌아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네이버 클라우드를 뒤지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에 썼던 메모들과 사진들을 모조리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몇 없는 사진이겠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을 글로나마 솔직하게 담아보려고 한다.

 

우당탕탕과 외로움이 공존하던 그때로 한번 돌아가보고 싶어.

 

나의 우당탕탕 첫 유럽여행.

2018년 12월 2일로 가는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