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사장님 덕분입니다. 후회없이 즐길거예요!

2019. 8. 12. 10:00도옹글 일상

유퀴즈온더블럭 17화에는 문구점 사장님이 나오셨다. 이번편 인터뷰는 펜과 필통, 공책들이 즐비한 문구점 통로에 옹기종기 앉은채로 진행됐다. 다소 비좁아보였지만 옹기종기한 모습이 귀여웠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보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50대인 사장님께서는 10대부터, 20대, 30대, 40대로 나누어서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50년의 세월을 몇마디로 정리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사장님의 말을 들었다. 

기억에 남는 단어가 있었는데, "아등바등"이라는 단어다. 

10대와 20대를 말하는 사장님의 한마디에는 아등바등이라는 단어가 끼여있었다. 30대, 40대에도 나태했던 자신이 아니라 악착같이 살았던 자신에게 한마디를 건냈다. 

사장님에게는 그렇게 살았던 지난날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웃을 수 있을테지만 한켠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사장님께서 20대를 아등바등이란 단어로 기억하는데에는 그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기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사랑도, 사람도, 웃음도, 슬픔도 딱 20대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을텐데.

그 얘기를 하면서 허허 웃으시는데 그 웃음에서 세월이 느껴졌다. 조금씩 삐져 나와있는 흰머리도 웃음과 함께 들썩였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정말로 현재 살고있는 시간에 어울리는 모습이 있는 듯 했다. 애써 주름을 지우고, 세월을 거스르려 맞지 않는 옷을 입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웃고 계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누가보면 겨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24살인 나도 죽을만큼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에서 내가 쓸모없는 것 같이 느껴지던 그런 시간동안, 나만 힘든건가 싶은 마음에 억울함과 슬픔이 깊어지기도 했고 미래가 없는 불안감에 짓눌려서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문구점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드는 생각은,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마저 24살 때만 느낄 수 있겠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죽을만큼 힘들어도 지금은 또 이렇게 웃으면서 지내고 있으며 고통받던 시간을 묶어서 skip 버튼을 눌렀다면 아마 지금의 내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게 돌아오지 않는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은 이미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비인형을 갖고 놀던 시절, 골목길에서 땅따먹기를 하던 시절, 집전화기로 친구집에 전화를 걸던 시절, 절친한 친구랑 공유일기를 쓰던 시절, 처음으로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던 시절, 첫사랑을 만났던 시절. 

다시 바비인형을 갖고놀래야 흥미롭지 않을테고, 이제는 집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안녕하세요, 경아친구 남경인데요. 경아 혹시 집에..." 공손하게 말을 걸일도 없을 것이다.

모든 감정은 유효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이젠 슬픈 것도, 행복한 것도, 기쁜 것도 24살의 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기록하며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나는 20대 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누리고 30대가 되고싶다. 밤새 술을 먹는 것도, 계획없이 떠나는 것도, 불안한 미래에 고민하는 것도 어쩌면 이때만 할 수 있는 거니까. 새로운 맛이 많고, 새로운 곳이 많고, 새로운 사람도 많고, 새롭게 느끼는 감정들도 많아서 그만큼 20대는 더욱 열정넘치기도 하고 때로는 더 아프기도 하는 거니까. 

남은 20대 동안 나의 미션은, 나에게 닥치는 모든 시간들을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다.

내가 50대가 되어서 20대를 되돌아봤을땐 후회없을만큼 20대를 즐겼다 라고 말할 수 있게.